원시별 폭발 과정에서 행성의 재료가 생성·이동하는 현상을 세계 최초로 관측한 이정은 서울대 교수가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을 받는다.
팀원 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 10월 수상자로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이정은 교수를 선정했다. 별과 행성의 형성 과정을 추적해 초기 태양계의 물질 변화 원리를 규명한 연구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은 최근 3년 동안 독창적인 성과를 내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 연구자를 매달 한 명씩 선정하는 상이다. 수상자에게는 과기정통부 부총리상과 상금 1000만원이 주어진다.
과기정통부는 올해부터 우수 과학자 포상의 상징성과 위상을 높이기 위해 기존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으로 개편했다. 이번 수상자 선정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우주주간인 10월 4일부터 10일까지의 기간과도 맞물렸다.
이 교수의 연구는 아주 어린 별인 원시별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행성의 재료가 되는 결정질 규산염이 어떻게 생성되고 먼 거리까지 이동하는지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통해 항성과 행성의 기원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관측 근거를 제시했다.
천문학계에서는 그동안 원시별의 변화 과정을 직접 관측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원시별이 두꺼운 외피 물질에 둘러싸여 있어 내부에서 벌어지는 물리·화학적 변화를 관측하고 이를 실제 데이터로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결정질 규산염의 존재는 오랜 의문 가운데 하나였다. 이 물질은 약 1000K, 섭씨 730도 이상의 고온에서 만들어지지만 태양계 외곽의 온도가 낮은 혜성에서도 발견돼 고온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어떻게 차가운 영역까지 도달했는지 명확히 설명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약 1.5년을 주기로 밝기가 달라지는 원시별 'EC 53'에 주목했다. 천체를 특정 시점에 한 차례 관측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폭발 이전과 이후의 변화를 각각 추적하는 '시간 영역 기반 분광 관측'을 적용했다.
원시별은 주변 원반의 물질을 끌어당기는 강착 과정을 거치며 성장한다. 이때 별로 유입되는 물질의 양이 일정하지 않고 특정 시기에 급격하게 증가하면 별 주변이 평소보다 훨씬 밝아지고 뜨거워지는 '강착 폭발'이 발생한다.
연구 성과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을 이용해 EC 53의 변화를 관측했다. 그 결과 질량 유입량이 급증하는 '간헐적 강착 폭발'이 일어날 때 결정질 규산염이 새롭게 형성되는 현상을 세계 최초로 직접 확인했다.
JWST는 NASA와 유럽우주국, 캐나다우주국이 공동 개발한 적외선 우주망원경이다. 먼지와 얼음 성분을 비롯해 뜨거운 기체 등을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어 별과 행성의 탄생 과정을 연구하는 주요 관측 장비로 활용되고 있다.
연구는 결정질 규산염의 생성 확인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이 교수 연구팀은 JWST 자료와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설치된 ALMA 전파망원경의 관측 데이터를 결합해 고온에서 만들어진 결정이 외곽으로 이동하는 과정까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결정질 규산염은 자기유체역학에 의해 발생하는 '원반 바람'을 타고 바깥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별과 가까운 뜨거운 영역에서 생성된 물질이 이 과정을 거쳐 온도가 낮은 혜성 형성 영역까지 운반될 수 있다는 메커니즘을 규명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약 46억 년 전 초기 태양계에서도 비슷한 물질 이동이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구를 비롯한 행성을 구성하는 재료가 어디에서 만들어지고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 위치까지 이동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관측적 단서라는 평가다.
연구 성과는 올해 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으며 NASA 공식 보도를 통해서도 소개됐다. 특히 국내 연구진이 국제공동연구를 직접 기획하고 주도해 천문학계가 풀지 못했던 초기 태양계 물질 변화 문제에 접근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교수는 별과 행성 형성, 성간물질 등을 연구해 온 천문학자로 JWST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과기정통부와 연구재단은 이번 연구가 국내 천문학 연구의 국제적 저변을 넓히고 기초과학 분야의 학술 리더십을 보여준 성과라고 설명했다.
이정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국내 연구진이 주도한 국제 연구로, 천문학계의 오랜 난제였던 초기 태양계 물질 변화의 전모를 밝혔다는데 의미가 깊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별과 행성, 나아가 생명의 재료가 우주에서 어떻게 탄생하고 연결되는지를 지속해서 연구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창의적이고 장기적인 기초·원천 연구가 이어질 수 있도록 연구 생태계를 조성하는 한편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낸 과학기술인에 대한 보상과 예우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